작년은 전자상거래 10주년이었다. (벌써 10주년이라니!) 사실 전자상거래는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된지 오래다. 인터넷에는 대형 쇼핑몰도 있고, 아기자기한 개인shop도 있고, 혹은 포털 사이트나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리잡은 마켓도 있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쇼핑도 하고, 후기도 쓰고, 혹은 지인들에게 어떤 상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참, 후기나 추천보다 더 효과가 강한 것은 "염장질"이다. 주위 사람들이 다같이 "지름신"을 영접하는 은혜로운(?) 순간을 맞이하게 되니까. "지름신"이라는 단어는 쇼핑을 순식간에 활성화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하는데, 특정 상품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이 이 단어 하나로 "구매의 당위성을 입증할만한 어떤 매력"이 표현되기 때문이다. (믿거나 말거나.) 또한 주위를 둘러보면 특히 "뽐뿌질"에 강한 사람들이 발견되는데, 입소문을 잘 내는 천성을 가진 사람들이거나 실제로 자신의 주변을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후자의 사람들을 가리켜, 내 친구
귤은 "왕서방형 인간"이라고 표현했는데, 여기서 왕서방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중국 속담에 등장하는 바로 그 왕서방을 뜻한다. 왕서방은 단지 말 한 마디 했을 뿐인데, 주위의 곰들이 알아서 재주를 넘는 것. 사람들로부터 "지름신의 사도"로 추앙받으며 남들은 모르는 트렌디한 상품들을 가장 먼저 소개하는 그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망설임없이 구매 버튼을 클릭하지만 정작 왕서방 본인들은 "입만 뻥긋"했을 뿐, 실제로는 지르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 ;)
이 모든 것들이 요즘 우리가 쇼핑하는 모습이다. 물론 인터넷이 깔리기 이전에도 우리의 쇼핑은 이러했다. 하지만 네트워크 사회가 되면서 각각의 상호작용들이 비트로 가시화된 것이 사실이다. 입소문의 실체가 조회수, 댓글수, 아니면 추천수로 표현되기도 하고, 더 나아가 트렌드에 따라 옮겨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디바이스 위로 가장 먼저 강림하신 지름신은 이제 모든 카테고리로 활동 무대를 확장하고 계신다. 한편 개인의 영향력은 점차 확장되어 "2Z[이지]님이 무슨 책도장을 사셨는데 무척 예쁘다더라"하고 블로그에 올리면 그 상품은 날개돋힌 듯 팔리게 된다. (이런 거짓말!) 이와 같은 "생활의 발견"들을 가장 잘 구현하면, 진정한 social shopping을 경험하게 된다. 즉, 그 사이트에만 들어가면, 상품을 구매하게 되거나(=지름신을 영접함) 구매할 준비를 하게 되는데(=뽐뿌질을 받음), 이 때 중요한 것은 개개인은 서로 다른 상품을 각각 다른 경로로 접하게 된다는 점. 자신에게 잘 맞는 개인화된 쇼핑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결과를 얻기 위한 구현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다: 맞춤정보, 개인화, 그룹화...)
그래서, social shopping이 활성화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역시 믿거나 말거나.)
1. Trust
당연한 것 아니겠나. social network sites가 인기를 얻으면서 trust에 관한 연구도 점차 증가하는 분위기다. 사이트의 구조, network와 trust의 수준 등을 수식으로 풀어내기도 하고, 혹은 수식이 아닌 인터뷰와 참여관찰로 이루어진 질적 연구를 수행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연구들을 보지 않아도, 우리는 경험으로 trust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특히 social shopping에서는 trust가 더욱 중요해진다. 쇼핑몰에서 구매 후기만 보고 구입을 했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다들 한두번쯤은 있을 테니까. 하긴, 어떤 사람인지도 전혀 모르는데, 그 사람의 마음에 쏙 들었다고 해서 내 마음에 들리가 없다. "어쩌면 댓글 알바일지도?"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들면 해당 쇼핑몰의 후기 정보는 노이즈에 불과하다. 허위 정보가 아닌 진지한 리뷰들이 많이 쌓여있는 사이트는 상대적으로 trust의 수준이 높은데, 알라딘과 같은 곳을 예로 들 수 있다. 혹은 몇몇 음반 쇼핑몰의 구매 후기들도 참조할 만하다. 이런 사이트들은 초기에 몇몇 prosumer들이 신뢰할만한 정보를 쌓으면서 독특한 리뷰 문화를 만들어 온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social shopping의 묘미는(?) reviewer VS consumer의 구도를 넘어 사용자들의 networking을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trust를 끌어내고, 결국은 모든 사람들이 정보를 제공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social network로 시작해서 쇼핑 서비스가 추가되는 경우는 중요한 자원을 이미 확보한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싸이월드에 마켓이 추가되기 전에 이런 연유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다른 쇼핑몰과 큰 차이가 없어서 social shopping의 사례로 언급하기는 어려워보인다.
2. Taste
사실 social shopping의 제맛을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은 "taste를 반영하기에 용이한" 아이템이다. 대부분의 social shopping 사이트에서 전면에 진열되는 아이템들도 이와 같은 경향을 반영한다. social shopping이 활성화되려면 모든 사람이 평범한 소비자가 아닌 prosumer여야 하는데 (즉,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상품에 대해 평가를 해야하는데) 자신의 taste를 나타낼 수 있는 아이템일 경우 참여 동기(motivation)가 더욱 커진다. 자신의 취향을 진열하는 것을 즐길 수도 있고, 혹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우연히 조우하는 기쁨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taste의 흐름이 잘 보이도록 만들어진 사이트에서는 shopping을 하다가 guide 혹은 advisor를 찾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며, 결국은 구매와 networking 모두가 활성화되는 결과를 낳는다. 아마 그 상품은 특정 네트워크를 타고 점차 퍼져나가게 될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엇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마주치면, 그 사람의 pick list를 유심히 들여다 볼 수밖에 없다. 앞서 살펴본 trust가 거의 반사적으로 생겨난다고나 할까? (이 때 pick list는 실제로 구매한 상품만이 아니라 wish list도 포함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상품"들로 나의 정체성이 구성되어버린다는 서글픈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기는 하지만, 인터넷 쇼핑을 통해 taste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면 그것은 "being social"의 새로운 장이기도 할테다. 아마도 그래서
RevU에서는 단지 상품만이 아니라 "나의 taste를 반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리뷰 가능 아이템으로 설정해두고 있나보다.
3. Trend
social shopping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trend가 드러나고, 또한 반대로 trend가 드러남으로써 social shopping이 활성화될 수 있다. 더 쉽게 말하면, 일반적인 카테고리 분류 방식만 적용해서는 social shopping이 성공할 수 없다. 기존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적용해왔던 제품 분류 방식이 social shopping에 늘 유용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쇼핑하는 과정을 떠올려보면 된다. 카테고리별로 제품을 분류하거나 채워넣으면서 쇼핑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social shopping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요소가 바로 trend다. 여기서 trend는 그 시점의 유행도 포함하지만, 더 넓게는 특정 상품군이 진화해가는 경향을 나타낸다. 전자의 예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여성 의류. 요즘 내가 자주 입고 다니는 레이어드 미니스커트는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선보인 스타일인데, 이런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social shopping을 통해 알 수 있다면 더 재밌을 것이다. (여성들은 이런 정보를 아직까지는 주로 오프라인을 통해 접하는 것 같다.) 후자의 예로는 디지털 디바이스를 들 수 있다. 얼마 전 친구와 함께 있던 중 블루레이 플레이어 이야기가 나왔는데, 카테고리를 따라가거나 검색어를 입력해서 블루레이를 찾는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IT 트렌드를 통해 접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이것은 early adopter들의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trend가 눈에 보이는 사이트를 사람들이 싫어할 리 없다. 특히 social shopping이라면 trend가 전파되기 더 쉬운 환경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요즘의 디바이스들은 통신기기인지, 영상기기인지, 음향기기인지 분류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이상.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써본 social shopping의 3T였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사례로 제시한 해외의 social shopping 사이트들은 꼭 마음에 들어서 넣은 것은 아니다. 물론 대표적인 사이트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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