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Harris님께서 "블로그 검색도 RSS 검색도 나름대로 기술적인 평판시스템이 있겠지만 서비스적으로 풀어줘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미디어 파워를 블로거에게 실어줄 수 있는 훌륭한 Scheme이 필요하다."라고
쓰셨던 것이 기억이 난다. 요즘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 블로거들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마치 이를 반영하듯, 엇비슷한 서비스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예컨대 메타블로그 사이트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블로거들이 생산한 컨텐츠를 다른 곳에도 공급하는 서비스를 가장 간단한 모델로 들 수 있다. 이런 모델은 국내외에서 동시에 출현하고 있는데, 창의적인 기획력을 보여주는 사이트는 사실상 부재하며 "one source multi use"라는 단순한 법칙을 따름으로써 "누이 좋고 매부 좋은" win-win 전략을 실현하고 있음을 표방(만?)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주목받았던 사례는 해외에서는
BlogBurst, 국내에서는
블로그플러스를 들 수 있다. 둘다 서비스의 핵심을 아주 적나라하게 공개하고 있는 것이 재미있는데, 전자 쪽이 좀더 솔직해보인다. BlogBurst는 메인 화면에 "You get visibility, audience reach and increased traffic, while publishers get a wide range of new coverage to broaden their reach and increase page views."라고 적고 있다. 한편 블로그플러스는
도움방 블로그에 "블로그가 진정한 의미의 1인 미디어가 되도록 지원합니다. 블로그의 글이 인터넷 신문의 온라인 매체 뿐만 아니라 신문, 잡지, 방송 등의 오프라인 매체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일간스포츠, 중앙일보와 같은 신문, 그리고 무비위크, 프라이데이, 쎄씨 등의 잡지와 제휴하고, 랜덤하우스중앙 출판사와 손을 잡아 진정한 블로그 퍼블리싱의 세상을 지향하고 있습니다."라고 올려놓았다. "진정한 의미의 1인 미디어가 되도록 지원"과 같은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주류 미디어에 글을 싣게 해주면 그 블로그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생각은 여전히 주류 미디어가 더 뛰어나다는 시각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위와 같은 말놀이는 필요 없다. 적나라하게 얘기해서, "너네들은 트래픽 늘려. 우리는 컨텐츠 가져갈게."일 뿐이다. 즉 컨텐츠를 제공한 보상은 PV 혹은 UV일 뿐이다. 그밖의 보상에 대해서는 어디에도 언급된 바 없으니까. 그러나 그 미디어들이 컨텐츠의 폭을 다양화하면서 얻는 판매 수익이나 광고 수익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가끔 블로그 때문에 원고 청탁을 받으면서 의아하거나 불쾌할 때가 있을 것이다. 상대방이 "우리 잡지에 실어주었으니 그걸로 만족하렴."과 같은 태도를 보일 때이다. 하나의 채널을 "일시적으로" 얻은 것이 블로거들에게 정당한 보상 체계로 기능하는 것은 아니다. 1) 컨텐츠에 따른
정당한 (금전적) 보상을 받거나 2) 고정 채널을 확보함으로써
네임 밸류를 얻거나 하지 않는 이상. 단순 CP(content provider)로 "전락"하는 것은 글을 싣지 않은 것만 못하다. 메일 한 통으로 (혹은 그조차도 없이) 블로거들의 글을 맘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제멋대로의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블로거들의 관계가 비대칭적이라는 것은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나는 그런 식의 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좋은 저작물을 생산하는 블로거들은 그만큼의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블로그플러스에서 놀아야 할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다는 것이 슬픈 일이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보니 그야말로 스포츠 신문처럼 이것저것 짜깁기 해놓은 것이 완전히 내 취향 밖이다. 당연하다. 편집자의 관심은 블로그에 있는 것도 아니고, 편집자의 애정이 블로그에 있는 것도 아닐테니까. (공지사항과는 달리.) 조만간 블로거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메타사이트 편집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 밥에 그 나물만 보는 것도 지겨운 일, 타이밍이 더 늦기 전에 한국에서 좀더 획기적인 모델이 먼저 탄생하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웹 사이트를 오픈할 능력도 자원도 없으나, 내가 서 있는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다. 블로거들의 글을 모아
책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또 하나의 매체로 블로거들이 진출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블로거들이 자신의 글만으로 특정한 보상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 때 놓치지 말아야 할 세 가지가 있다. 1) 블로거들이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소재와 주제를 간파하고 있어야 한다. 2) 비-블로거들이 블로거들로부터
얻고 싶어하는 소재와 주제를 포착해 내야 한다. 3) 블로거들, 그리고 블로거들의 글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책을 만드는
책임편집자/책임편집시스템이 존재해야 한다. 블로거들끼리만 알아듣는 글은 안 된다. 충분히 정보적이거나 아니면 충분히 감동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저자들 이름이 주르륵 나열된 책은 무성의해보인다. 책임편집자가 글의 줄기를 짜고 글의 내용을 적절히 배치해야 한다. 각 저자들의 장점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형식으로 말이다.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블로거들의 글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에 호응해 줄 수 있는 능력 있는 블로거들도 지켜보고 있다. 실은 지금 조금씩 목차를 구상중이다.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좋은 선집을 출판할 수 있지 않을까?! 노력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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