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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5/09 날씨 좋은 날 책 한 권? - 언니네 방 (6)

언니네 방 -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
언니네 사람들
갤리온
2006년 3월 27일
* 이미 "베스트셀러"가 되어버려서, 굳이 내가 소개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글을 써 본다.
언니네(언니네트워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2005년도 정보트러스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한 이 사이트에는 [자기만의 방]이라는 섹션이 있다. (글의 특성상 비회원은 열람할 수 없다.) 2000년에 시작된 언니네는 2001년에 [자기만의 방]을 열게 된다. 사실상 그 당시부터 언니네를 보아왔던 사람들은 [자기만의 방]이야말로 한국 최초의 블로그, 혹은 블로그의 원형이라고 이야기한다. RSS, trackback과 같은 기술적 장치들이 없었을 뿐, 그것은 진정 여성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블로그였다. 그리고 동시에 여성들의 쉼터이자 공론장이기도 했다.
2006년 3월, 이 블로그에 담긴 목소리들이 책으로 모아져 출간되었다. 나는 언니네 편집팀의 친구를 통해 책이 나오자마자 볼 수 있었는데, "드디어 나오는구나" 싶어서 대단히 기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5년 동안 쌓여온 주옥같은 글들 중에서 몇 편을 뽑았으니 과연 깔끔한 글 모음집이 탄생한 것 같다. 그 때 이 책을 보았을 때에는 "공감해주는 여성들이 많이 읽겠지"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으나, 지금 와서 보니 오히려 남성들에게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 같다. 곰곰 되짚어보니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더 많은 남성들이 이 책을 읽으면, 더 많은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결국은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물론 남성들이 이 책을 많이 산 것은 선정적인 마케팅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마 출판사 측에서 그런 마케팅을 하는 모양인데, 광고 카피가 이렇더라: "남자들은 절대 알 수 없었던 대한민국 20대 여자들의 진짜 속마음 - 출간 즉시 전 언론 격찬! 수십만 네티즌을 들끓게한 비밀 실화에세이!" 책이 갑자기 싸구려처럼 느껴져서 광고 전략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책이 많이 팔린다면 언니네를 위해 좋은 일이 될 테니 그냥 눈감고 못본 척 하고 있다. 사실 카피가 아예 틀린 말도 아니잖아?!)
나 역시 이 책을 남성들에게 권하고 싶다. 여성에 대해서 여성과 한 번도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적이 없는 남성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지점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물론 여성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리라 생각한다. 성추행범에게 당당하게 대응하는 여성의 모습에서, 자신의 의견을 또박또박 피력하는 모습에서, 여성을 이해해주는 남성을 만나고 경험하는 모습에서, 남편의 바람에 걱정하는 모습에서, 때로는 통쾌하게 웃고 때로는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글썽이게 될 것이다.
문자 그대로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을 발견하고 들어서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책장을 넘기고 언니네 방으로 성큼 들어가시기를 바란다. 물론 책을 읽고 난 느낌은 모두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두가 앞으로를 살아갈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생각의 실마리들을 얻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뜻하면서도 냉철한 글들을 마주하고 싶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만약 구입하기 망설여지는 분이 있다면, 빌려드릴테니 몇 장 미리 넘겨보시는 것도 좋을 듯. 빌리고 싶은 분들은 말씀하세요. (단, 친구에게만 빌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