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열정

우울한 열정
원제: Under the Sign of Saturn
Susan Sontag 저
홍한별 역
시울
2005년 11월
구입하려고 마음만 먹고 있던 책인데 우연한 기회에 선물로 받게 된 덕분에, 다른 읽어야 할 책들을 제쳐두고 [우울한 열정]을 먼저 읽어버렸다. 이 책은 7명의 인물에 대한 손택의 에세이집이다. 원제인 Under the Sign of Saturn은 발터 벤야민에 대한 챕터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과연 그 챕터가 내게는 가장 흥미로웠다. 나는 평전이나 회고록을 쓰는 작업은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에게 지루함만을 안겨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나는 대부분의 평전을 지루해한다) 이 책과 같은 에세이 형식이라면 그 반대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손택에 의해 해석된 모습으로, 예컨대, 이 책의 발터 벤야민은 "손택의 벤야민"이다.
아마도 에세이 형식이기 때문에 대단히 명징하게 손택에 의해 재해석되거나 재단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손택은 이 7명의 예술가들을 매력적으로 그리려고 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솔직하게 찬미하고, 때로는 세밀하게 분석하고, 때로는 냉정하게 평가할 뿐이다. 그러나 수천 페이지의 초고가 필요했다고 고백할만큼, 수많은 인용들과 함께 매우 사려 깊게 글을 써내려간다. 손택의 글들은 어떤 인물에 대한 부연이나 뒷얘기가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가갈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다.
발터 벤야민을 다룬 챕터가 내게 가장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손택이 묘사한 그가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쩌면 고독에서 에너지를 끌어내는 사람들은 모두 그와 친화성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벤야민의 글에서 느껴지는 그 우울한 아우라가 전혀 낯설지 않았던 것도 내가 기본적으로 토성의 영향 아래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던 듯하다. 기질적인 유사함들을 따라 읽어내려가면서 상당히 기분이 묘했는데, 이는 다른 챕터에서는 그다지 느낄 수 없는 기분이었다. (기질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발터 벤야민은 현대 심리학을 경멸하여 중세 생리학의 4기질론을 선호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솔직히 피식 웃었다. 4기질론으로 따지면 그는 분명히 "우울질"일텐데, 나도 명백히 "우울질"로 결과가 나온다.) 우울한 열정이라는 우리말 제목도 참으로 적절하게 붙여졌는데, 아마 이 책을 구입하고 싶었던 이유가 바로 이 기질에 끌려서였던 것 같다. ^-^
덧글)
이 책의 오역들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롤랑 바르트의 'doxa'를 '최근 의견'으로 번역한 것이다. 물론 이렇게 번역할 수도 있으나(?) 내게는 책의 몰입을 흐트러뜨릴 수준의 오역이었다. 이 오역이 치명적인 이유는, 단순히 개념을 잘못 선택했기 때문이 아니라 역자가 이 단어가 들어간 문장 전체를 이해하지 못했음이 이 단어 하나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첫 8페이지는 2도 인쇄의 화보인데, 편집팀에서 매우 신경을 쓴 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바르트의 아마추어리즘은..."으로 시작되는 부분은 잘못 인용되었다. 옥의 티라고나 할까, 무척 아쉽다. 2쇄를 찍을 때 수정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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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쓰고 싶어요
from 언캐니의 퍼니블로그2007/02/21 13:06간만에 장문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대체로 글은 빨리 쓰는 편인데, 퇴고하는 시간이 글 쓰는 시간보다 더 많이 소요됩니다.남발하는 접속사에 반복되는 주어와 어미같은 "문장력" 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중학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정된 "어휘력". 게다가 종종 발견되는 잘못된 "맞춤법" 까지...그런면에서 이지의 글을 보면 항상 감탄을 하게 됩니다. T.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