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world VS Mixi (1)
겐도사마 님께서 독촉하셔서, 급히 써서 올립니다. 그동안 바빠서 블로그 관리를 못했어요. ^-^;
그런데 정보제공료가 "하룻밤동안 소주 무한 리필"이라니요~ 저보고 먹고 죽으란 말씀? 흑흑...
(일단 1탄은 썼는데, 2탄도 쓸지는 잘 모르겠네요... 일본에 가지 못한 지 5개월이 다 되어간다는...)
그런데 정보제공료가 "하룻밤동안 소주 무한 리필"이라니요~ 저보고 먹고 죽으란 말씀? 흑흑...
(일단 1탄은 썼는데, 2탄도 쓸지는 잘 모르겠네요... 일본에 가지 못한 지 5개월이 다 되어간다는...)
2006년 2월. 넓은 다다미방에 동경대학교, 동경예술대학교, 그리고 연세대학교의 교수와 학생들이 모였다. 이른바 학술교류 워크샵.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행군을 하면서도 열린 분위기를 조성하기에는 다다미방이 제격이었다. (아마 둘째날에는 다들 지쳐서 거의 누워버렸지...) 우리는 워크샵이 끝나면 같이 저녁식사도 만들어 먹었다. 한국팀은 한국 요리, 일본팀은 일본 요리. 한국 쪽에서는 바다를 건너가야 하니 소수의 대학원생들만 참여했지만, 일본 쪽은 달랐다. 대학원생들뿐만 아니라 학부생들도 참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학생들은 알아서 잘 찾아왔다. 대부분은 동경대학교 학생들이었는데, 그 중에는 곧 졸업을 앞둔 학부생 K도 있었다. K는 꽤나 똘똘한 친구였다. 그리고 인터넷에 꽂혀있기도 했고.
워크샵의 세션들 중에는 사이버스페이스를 다루는 세션이 있었는데, 나는 그 세션에서 블로그와 미니홈피를 모두 다루는 발표를 했다. Youth가 만들어나가고 있는 새로운 커뮤니티의 맥락에서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해외 발표에서 늘 그렇듯이, 블로그보다는 싸이월드가 대단한 관심을 받는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발표가 끝난 후 토론 시간에 K가 물었다. "싸이월드에는 아시아토가 있나요?" 나는 없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K는 "그런 것도 없는 서비스를 대체 어떻게 쓰냐"고 반문하는 것이었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내가 대답할 수 없었던 이유는 할 말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할 말이 너무 많아서였다. 싸이월드와 믹시, 두 사이트 내의 서로 다른 게임의 법칙을, 그리고 그 dynamics를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해야 하는 시점이었기에.
아시아토는 우리말로 발자국이다. "발도장 찍고 가요~"쯤 되겠다. 차이점이 있다면,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동으로 흔적이 남겨진다는 것. 믹시 사용자는 아시아토 메뉴를 클릭하면 내 믹시 페이지에 누가 다녀갔는지를 알 수 있다. 분 단위의 방문 시각과 함께. 한국에서도 비슷한 것이 있기는 하다. 아마 지금쯤 다들 네이버 블로그의 "다녀간 블로거" 기능을 떠올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은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아시아토는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믹시 페이지에 들렀다가, 몰래 내 흔적을 지우고 나올 수는 없는 것이다. 아시아토는 최근 30개의 발자국을 보여준다. 한 사람이 하루에 여러 번 방문했을 경우 가장 최신 기록이 표시되는데, 이 때 시각이 갱신된다. 사실상 믹시 폐인이라면 방문자가 여러 번 들어왔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그러니까, 아시아토와 가장 유사한 것은 "다녀간 블로거"보다는 아무래도 최근에 출몰했던 "싸이월드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은 아니고 스크립트)"일 것이다.
그런데 싸이월드 방문자 추적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미니홈피 방문자 로그를 모두 기록중이라고 자신의 일촌들에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일촌들이 감시당하고 있다고 느끼지는 않을까? 혹은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느끼지는 않을까? 보면 안되는 것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야말로 남의 뒤를 밟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인지 싸이월드 측에서도 서둘러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고, 어느 틈엔가 관련된 이야기들마저 조용히 묻혀버렸다. 실은 우리가 느끼기에, 그건 상당히 기분 나쁜 사건이었던 것이다. 프라이버시 침해, 나의 은밀한 방문 자취가 어디엔가 기록된다는 그것.
그럼 아시아토는 뭐야? 일본 아이들은 그런 걸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렇다. 심지어, K의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아시아토를 매우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히려 아시아토를 확인하는 것이 믹시 생활의 큰 재미이다. 이것은 문화적 차이일까, 아닐까? 한국 사람들과 일본 사람들은 프라이버시에 대한 의식이 다른 것일까? 혹은 프라이버시의 개념과 범위에 차이가 있는 것일까? 내 대답은 NO다.
우리 모두가 싸이월드에서 밝히기 꺼려하는 두 가지 정보가 믹시에서는 완전히 공개된다.
첫째, 방문 기록. (위에서 언급한 아시아토)
둘째, 최종 로그인 시각.
이는 모두 프라이버시와 관련이 있다. 나 역시 위의 정보들을 싸이월드에서 밝히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애초에 이 정보들을 공개하는 것이 게임의 법칙인 커뮤니티에 들어섰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단지 커뮤니티 내에서의 행동 패턴이 달라질 뿐이다. 이쯤에서는 연구자들이 아니라 웹 서비스, 혹은 커뮤니티 서비스 기획자들에게 물어볼 때이다. 이러한 게임의 법칙을 적용한 커뮤니티 서비스가 한국에서 탄생될 수 없다고 생각하냐고.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의 사용자들이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 요소를 줄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 정보를 공개해버린 믹시에서 사용자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은 어떤 사용 패턴을 보여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위의 항목들은 safe network를 구성하고, 그 구성원들 사이의 친밀성과 신뢰를 강화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좀더 구체적으로, 몇 가지 사용 패턴을 예로 들어보자. 보통 사용자들의 패턴이라기보다는, 충성도 높은 사용자들 이야기다. (아, 물론 이런 사용 패턴들은 인터뷰로 얻어내기는 어렵다. 그들은 그저 자연스럽게 쓰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쓰냐고 물어보면 "그냥 쓰는데요..."라고 대답할 뿐. 이것이 피상적인 user research의 맹점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연구자들은 유도심문을 하지만, 그러면 자신의 추측에 들어맞는 예상된 결과만이 나올 뿐이다.)
첫째, 가장 간단한 것부터 얘기해보자면, 믹시에서는 스토킹이 너무 어렵다. 아시아토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동경예술대학 요시타카 모리 교수에게 "만약 제가 믹시에서 예전 남자친구의 페이지를 방문하면 어떻게 될까요?"라고 했더니 그는 dangerous, 그것도 very dangerous라는 표현을 써서 대답하더라. 나는 피식 웃었지만, 충분히 이해하고 또 공감했다. 아시아토는 자연스럽게 사람을 필터링해준다. 믹시의 blocking 기능보다는 간접적인 방식이지만 이 편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다.
둘째, 반대로 상호허용된 친밀한 네트워크 안에서는 오히려 아시아토가 친밀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오늘 방문자수"는 냉정하게 말해 허수라고 볼 수 있다. 사용자들은 "오늘은 내가 50명으로부터 attention을 받았구나"라며 뿌듯해 할지 모르겠지만, 내 단짝친구들이 방문한 것인지 아니면 랜덤 타고 온 사람들이 방문한 것인지는 모른다. 방문자수는 늘어가는데 누가 늘려놓는지 모른다는 것. 심지어 프로그램을 돌려서 조회수를 높일 수도 있다. 이와 비교하면 믹시의 attention은 실수다. 조회수가 아니라 아시아토가 남기 때문이다. "오늘 들어온 사람은 초등학교 동창, 내 단짝, 그리고 며칠 전에 새로 마이미쿠를 맺은 사람..." 이런 식이다. 그리고 이것은 일종의 압력 요소다. 친구가 방문해주면 나도 간다. 그리고 친한 친구일수록 꾸준히 방문해서 아시아토를 남긴다. 간혹 나는 내 블로그를 구독하고 있지도 않으면서, 오프에서 만나면 "블로그 잘 읽고 있습니다"라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만난다. 믹시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다. 관심있는 "척"만 할 수 없다. 직접 방문하고 글을 읽어야 할 것이다. 당신이 믹시를 사용하는 한.
셋째, 최종 로그인 시각은 안정적으로 서로의 접속 상태를 확인하고 신뢰를 유지하는 것에 도움을 준다. 메신저처럼 서로의 생존 신고를 확인하는 의미를 갖기도 하고 (요즘 아이들은 접속 그 자체로 위안을 느끼니까), 커뮤니티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그리고 어떤 때는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신뢰도를 유지시키기도 한다. 무슨 말이냐하면, 예전에 내게 고베를 구경시켜 준 S에게 "믹시에서 친구에게 메시지(쪽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안 오면 어떡해?"라고 물었더니 "그 친구 페이지에 가서 언제 로그인했는지 볼 수 있어요." 하는 것이었다. 즉 최종 접속 시각을 확인하는 것. 내 메시지에 3일째 답이 오지 않을 때, "아! 씹혔나봐!"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친구의 페이지에 방문해서 "어~ 얘가 3일 동안 접속을 못했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심한다. 혹은 더 친한 경우에는 왜 3일 동안 접속하지 않았는지 연락을 취해볼 수도 있겠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접속한 게 티가 나니까 일단 로그인하면 답장은 꼭 써야할 것이다. 그리고 그게 아마 믹시 폐인이겠지. 얼마 전에 들은 재밌는 이야기도 있다. 절친한 친구이자 지적 동료인 분이 일본에서 유학중인데, 간혹 늦게까지 믹시를 돌아다니다 잠들면 친구들이 최종 로그인 시각을 확인하고는 "너 어제 왜 이렇게 늦게 잤냐"며 혼을 낸다고 한다.
프라이버시라고 여겨질 수 있는 것들도 게임의 법칙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와 기능을 갖는다. 상호허용된 친구로 맺어진, 혹은 친구의 친구로 연결된, 그리고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 엮인 커뮤니티 안에서, 완전히 오픈된 정보는 친밀성과 신뢰의 네트워크를 적절히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왜 이런 커뮤니티가 출현했을까? 기획자의 의도와 배경에는 문화적 요소들이 있을까? 기존 인맥들과 내밀한 정서를 공유하는 것은 정교한 문화적 로직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내 대답은, YES다.
1
35
Trackback URI _ http://hypercortex.net/ver2/trackback/2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