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기 좋은 날 (2007)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 마케팅에 속았다고나 할까. 두 명의 유부녀들이 각각 다른 스타일로 쿨하게 바람피는 이야기처럼 프로모션하더니, 그게 아니더라. 둘다 구질구질한 속사정을 갖고 있었다. '이슬'은 남편이 3년 동안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 때문에 가슴 아파했고, '작은새'는 어린 나이에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한 이후 거의 독수공방 신세다. 둘다 가정에 애착이 거의 없다.
새 남자를 만나 모텔을 전전하는 연애(?)를 하지만 그 연애의 끝은 언제나 막다른 골목뿐이다. '이슬'은 남편 앞에서 아기처럼 울다가 고분고분하게 안기고, '작은새'는 '여우 두 마리'를 "진짜 사랑"했단다. 새로운 영화인줄 알았더니, 결국에는 수천 번도 더 반복되었던 그 얘기가 또한번 나온 것이었다. 결국 이들은 현실과 타협하고 "건전한 취미 생활"로 스트레스를 풀면서 살기로 한 모양이다.
어쩌면,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아직도 이 수준에 머물러있다면 말이다. 잘 짜여진 역설들의 집합, 그리고 그 집합이 곧 현실이라는 또 하나의 역설. 영화 속에서 역설은 유머이기도 하고, 영상 그 자체이기도 하다. '작은새'가 자신의 목발 2개가 다 부러져나가도록 '여우 두 마리'를 때린 후 모텔을 나설 때. 실연의 아픔보다 계몽의 힘이 더 크다는 듯, 그녀는 목발에 의지하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보려 하지만, 막상 거센 바람을 맞닥뜨리고는 앞으로 제대로 걷는 것조차 힘들어하던 그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아쉬움이 큰 영화였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바람아 멈추어다오'를 밝은 미소, 명랑한 율동과 함께 부르는 여성들은 이제는 없다. 그 봉합적인 결말을 두고 누가 '바람피기 좋은 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은 바로 그 역설을 지적하려 했다'고 말한다면 구색 좋은 변명일 뿐이겠지. 가슴이 먹먹하고 허무한 것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10년 전에 개봉했다면 모를까, 참 다양한 시차들이 공존하는 세계다. 하지만, 며칠 전에 만난 언니가 "극장에서 볼까, DVD로 볼까?"라고 물었을 때, 나는 극장에서 보라고 대답을 했더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