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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코 씨가 달리는 이유

나는 어렸을 때부터 주위의 모든 것에 호기심을 품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질문도 많이 했다. 질문의 내용은 남들이 보기에는 사소한 것이었겠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무척 중요했기에,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으면 무척 답답해했다. 하지만 어린 아이의 표현 방식은 어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이어서, 내가 원하던 답변을 듣는 경우는 무척 드물었다. 예를 들어, 1) 비가 오면 하늘에 무지개가 생기는 것은 이른바 "과학 학습 만화" 따위의 것들을 많이 읽어서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었지만 2) 비가 오면 땅 위의 물이 오색으로 변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사실은... 새어나온 자동차 기름이 물 위를 둥둥 떠다녀서 색색의 기름띠가 생겼던 것인데, 어린이의 눈에는 비온 날 물이 햇빛을 받으면 색깔이 여러가지로 변하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비가 오면 왜 물이 여러가지 색깔로 변해?"라고 물었으니 대답을 해주는 사람이 있을리가 없다. 빨주노초파남보였다고,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해도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어렸을 적에 가장 좋아했던 것이 질문-답변 식으로 이루어진 과학책들이었다. 완전히 푹 빠져살았던 기억이 난다. 아마 과학 상식은 지금보다 그 때가 더 풍부했을지도.

오사카에 가기 전에 가이드북에서 "도톰보리의 상징"이라는 "구리코(グリコ; glico) 간판" 이야기를 보았다. 구리코는 제과업체인데, 도톰보리에 10.85m * 20m 의 대형 네온 간판을 세워두었다. 여기에 사용된 네온등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5.1km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간판은 무려 1935년부터 그 자리를 지켜왔으니 가이드북의 표현대로 그야말로 "도톰보리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만하다. (아래 사진은 유명한 그 간판이 아니라 도톰보리에 있는 다른 간판이다. 운하의 간판 주변이 공사중이어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다. 아쉬운대로 이 사진이라도.)


사진에서 보이듯이 두 팔을 번쩍 들고 달리고 있다. 마치 대회에서 금메달이라도 수상한 것처럼. 도톰보리에 가기 전부터 너무너무 궁금했던 게 바로 이것이었다. 제과업체와 달리는 남자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도저히 짐작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대체 왜 계속 달리고 있을까? 무슨 사연이라도 있을까? 남들은 쓸데없는 궁금증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나는 제과업체와 달리기가 전혀 매치가 안 되어서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서 오사카에 가면 꼭 이 문제의 해답을 얻어오리라고 다짐을 했다.

일본에서 만난 친구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쉽게 대답을 들을 수 있었는데, 너무 예상 외의 대답이어서 나도 모르게 크게 웃어버렸다. 구리코에서 오래 전부터 판매하고 있는 캐러멜이 있는데, 그 캐러멜 광고가 구리코의 상징으로 굳어버린 것이라고... 그런데 왜 하필 달리고 있냐면... 그 캐러멜 한 개를 먹으면 300m를 뛸 수 있다는 것이 광고 컨셉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ㅋㅋ

그 친구는 편의점에 나를 직접 데려가서 구리코의 그 유명한(?) 캐러멜을 보여주고, 기념으로 하나 사서 건네주었다. 정말로 포장지에도 달리는 아저씨가~ ㅎㅎ 역사가 깊은(?) 캐러멜이니 그만큼 아주 평범했다. 특별히 맛있는 것도 아니었고. 우리나라의 "밀크 카라멜"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캐러멜 광고를 하면서 "이걸 먹으면 300m를 달릴 수 있는 힘이 난다"고 광고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 특히 요즘 같은 웰빙 컨셉이 유행하는 시대에 열량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을텐데?! (농담.)

한 가지 더. 구리코의 캐러멜이 인기를 얻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캐러멜과 함께 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이나 소책자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도 꾸준히 잘 팔리는 모양이다. 친구가 내게도 하나 사주었는데, 뜯어보니 자그마한 그림책이 같이 들어있더라. 귀여웠다. ^-^ 구리코 캐러멜도 사진을 찍어왔는데, 캐러멜을 들고 있는 일본 친구가 같이 나와서 사진은 올릴 수 없을 듯하다. 일본 사람들은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사진을 올리는 것을 싫어하니까.

아, 궁금증이 풀려서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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